벨기에, 세계적 협동조합 벨오타(BelOrta) |

벨기에, 세계적 협동조합 벨오타(BelOrta)

유럽의 농가들은 농업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화나 경영다각화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지 조직화가 잘 되어 있는 유럽의 협동조합을 이해하기 위해 채소류 분야의 세계적인 협동조합인 벨오타(BelOrta)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벨기에 채소 생산의 중심지인 메헬렌(Mechelen)에 있는 벨오타(BelOrta)는 1600여 회원농가에 약 5000억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협동조합이다. 경매장에서는 주로 채소 경매가 이뤄지며 일부 과일 경매도 진행한다. 경매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슈퍼마켓 체인점, 도매상, 수출업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경매되는 물품의 30%는 내수용이고 나머지 70%는 수출용으로 사용된다. 수출물량이 많으므로 최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브랜드 플란드리아(FLANDRIA)를 만들게 되었다.

브랜드 플란드리아(FLANDRIA)가 신뢰받기 위해선 균일한 품질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조합은 작물 재배, 포장, 출하 시기 등의 내용이 담긴 매뉴얼을 회원 농가에 제공하고 교육도 시켜 동일한 제품을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벨오타(BelOrta)는 약 1600여 농가가 만든 협동조합이다. 농가는 아침에 채소를 수확해 경매장으로 가져온다. 트럭이나 트랙터로 오는데 약 600~700여대가 매일 온다. 경매장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들어갈 창구 번호를 지정한다.

양상추 등 물기가 있는 농산물은 8번 이하의 창구로 들어가고 토마토, 파프리카 등 물기가 없는 농산물은 9~12번 창구로 들어간다. 이후 검열관이 포장상태, 제품상태, 안전성 등을 검사하는데 합격 표시를 하면 창고로 들어가 경매를 준비한다. 검사 과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각 농가는 사전에 어떤 품목을 얼마의 수량만큼 가져올 것인지 미리 컴퓨터로 정보를 보낸다. 이를 위해 조합은 4년 마다 농가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 이용료도 지급한다.

참고로, 검사 후 합격한 제품은 플란드리아(FLANDRIA) 브랜드를 붙여서 경매에 나가 높은 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불합격하면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그냥 경매에 나가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 만약 안전 문제로 불합격한다면 전량 폐기하며 별도의 보상 없이 벌금을 부과한다. 유럽 시장에서 식품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검사가 끝난 제품은 분배센터에서 지게차를 이용해 입고한다. 지게차마다 컴퓨터가 연결돼 있어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온도와 상대습도 조절이 가능한 냉장실이 70개. 품목별로 저장하는데 만약 지게차가 다른 품목을 저장하려고 들어오면 컴퓨터가 경고를 한다. 경매가 끝나고 모든 제품이 냉장실에서 다 나가면 12시쯤 되는데 이때 전체를 다 청소하고 소독한 후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경매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칙에 의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에 구매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벨오타(BelOrta)는 가격이 내려오면서 거래가 이뤄지는 하향식 경매방식인 네덜란드 경매법을 채택하고 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6번 경매가 이뤄진다. 경매장은 건물 내부에 마련돼 있고 완전 자동화시스템으로 전자화되어 있다. 경매는 보통 오전 7시에 시작해 9시경 마무리된다.

경매장에는 6개의 경매 시계가 있고 바이어들이 있는 탁자에는 6개의 버튼이 있다. 바이어는 이 버튼을 눌러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바늘이 돌아가면서 가격이 내려간다. 바이어는 자기가 원하는 가격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버튼을 누른다.

경매 시계의 구성을 살펴보면 맨 위에 나와 있는 것은 거래되는 채소의 이름이다. 시계 원 안에는 검정색 네모상자가 두 개 있는데 바이어가 버튼을 눌러 낙찰이 되면 첫 번째 상자에 당첨된 금액이 표시된다. 시계 아래쪽에 A부터 H까지 적힌 표에는 출하농가와 경매에 필요한 정보가 간단하게 제시된다.

 

각각의 자리엔 놓여있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경매를 진행하는데, 낙찰이 되면 정면 스크린 하단에 앉아 있는 경매사와 1:1로 연결해 구매 개수와 원하는 농가를 선택해 구두로 전달한다. 경매사가 구매 수량과 농가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그 경매가 끝이 나고 새로운 경매가 시작된다.

6개의 경매시계 중 중앙의 2개만 메헬렌 경매장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4개는 다른 지역 경매장의 경매 내용이 표시돼 바이어들은 다른 곳에서 진행되는 경매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모든 채소와 과채류는 저온 창고에 보관되며 구매가 되면 1시간 이내에 가져갈 수 있다. 구매자들은 1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농가도 10일 이내에 대금을 받게 된다. 농가는 경매장에 2.14%를 수수료로 낸다. 대신 경매장은 농가들이 농산물을 포장하거나 경매장으로 가져오는 데 필요한 박스를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골판지는 일회용이며 플라스틱 상자는 살균 처리 후 재활용할 수 있다.

경매를 마치면 각 구매업체는 상차장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트럭에 싣는다. 동시에 250대의 트럭이 상차가 가능하다. 골판지나 플라스틱 박스를 농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구매자는 보증금을 내고 가져가는데 반환 시 80%만 돌려준다고 한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되는 채소를 경매장에 반입해 실물을 보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실물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했지만, 요즘에는 신용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농가가 수확한 농산물을 출하할 때 검품관이 농약 검사, 품질 검사를 해 등급을 부여하고 그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다. 검품관이 정확하게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모든 구매자는 그 정보를 신뢰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벨오타(BelOrta)는 농가들이 시장거래를 통해서는 가격 결정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 규모화를 통해 시장 교섭력을 강화하고자 만든 협동조합이다. 벨오타(BelOrta)는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인근 경매장과의 통합과 합병을 지속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외연 확장과 함께 육묘, 재배, 상품처리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출하한 상품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량 폐기하고, 회원 농가의 생산량 전부를 모두 조합에 출하케 하는 등 강력한 규정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매자들은 신뢰하고 있다. 벨오타(BelOrta)의 주인은 1600여 회원 농가이다. 조합의 최우선 목표는 농가이익이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 경매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품질에 이상이 없으나 팔리지 않는 경우에도 보상한다. 이러한 제품은 푸드뱅크에 기부하거나 폐기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가는 판매 걱정을 하지 않고 오로지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정광용(지역아카데미 국제교류정보센터)

본 내용은 한국농어민신문에 제공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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