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화, 양돈산업에 어떤 이익 가져오나? |

6차산업화, 양돈산업에 어떤 이익 가져오나?

 

용어의 새로움 때문에 그런지 ‘6차산업’이란 용어가 농업계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경영다각화’란 용어보다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경제는 창조경제’, ‘농업은 6차산업’, 새 정부의 경제와 농업정책 분야에서 자주 듣는 슬로건이다. 농업활동을 생산과 가공, 판매, 서비스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이에 투입되는 가족노동력과 생산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소득과 경영안정 측면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을 이뤄내기 위한 시도는 농업계의 오래된 희망이자 꾸준히 전개돼온 새로운 모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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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양돈 직판농장(La ferme du Louvier)

방농정이 논의되고 추진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그리고 1990년대 UR 협상 이후 한층 강화된 WTO 체제하의 개방농정과 2000년대 이후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으로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개방농정 국면에서 이와 같은 농업경영 다각화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지속되어온 농업무역의 자유화, 개방화 논리는 농업계에 새로운 과제와 질문을 제기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와 전문화를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 것일까? 시장개방 하에서 가격 메커니즘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원거리 유통망’ 속에서 과연 개별경영체들이 국제시세의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와 같은 메커니즘 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유럽의 농민들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규모화의 논리에 의문을 품었다. 규모화보다는 다각화를 통해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재창조하고, 대형유통망에 빼앗긴 농민의 ‘가격설정권’을 되찾기 위해 모색한 것이 소위 ‘6차산업화’의 논리인 것이다. 가공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내부화하는 한편,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농업노동의 대가를 보상하지 못하는 시장가격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활동을 펼친 것이 농가의 가공활동과 농촌관광 활동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와 같은 6차산업화는 ‘짧은 거리 유통망’이라는 새로운 생산-소비망을 구축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농업과 관광서비스 활동의 결합은 이제는 무시 못할 농가소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주류 농민단체인 FNSEA는 향후 수년 내에 농가소득의 1/4 정도가 관광활동과 연계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방문활동’을 매개로 농가의 가공생산 활동 또한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짧은 거리 유통망’이 확대돼 전체 농산물 소비시장의 20-30%가 생산자가 직접 관리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추세 속에서 농가의 여성인력들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고, 승계인력이 없었던 많은 농가들이 농업경영의 다각화로 새로운 승계구도를 바라보고 있다. 농산물 생산위주의 농업활동에 대한 법률적 정의도 가공과 관광서비스 활동을 포함한 개념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른 각종 세제, 사회보장제 등 제도적 규정들을 정비해온 것이 유럽 농업의 6차산업화 과정이다. 시장개방과 규모화, 전문화의 논리에 짓눌려온 우리 농업계로서는 다소 생소한 새로운 구도이긴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국내 농업계에도 이미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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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농장(네덜란드 De Meysebergh 유기농 양돈농장)

야후나 구글 등 프랑스 포털 사이트에서 ‘관광(tourism)’과 ‘양돈(porc)’이란 두 단어를 함께 검색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광안내소(Office de tourisme) 사이트에서 6차산업 활동에 나선 다양한 양돈농가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 관광안내소는 그 지역의 호텔이나 레스토랑, 명승지 정도를 소개하는 곳이었는데, 현재는 많은 농가들이 관광안내소 사이트에 소개될 정도로 유럽농업의 6차산업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농가는 60두 정도의 모돈을 사육하면서 자돈과 비육생산을 하는 농가다. 양돈과 함께 4천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양돈과 양계 모두 방목 사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동물성 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농업관광을 대표하는 전국 브랜드인 ‘BIENVENUE A LA FERME(농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가입한 농가로서 농장방문활동과 직판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동물을 사육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한편,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함께 요리법 등을 안내한다. 농가에서 생산한 양돈가공품과 함께 이웃 농가들이 생산한 채소류, 꿀, 기름, 과일주 등을 직판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사무소는 이 농가의 위치와 개장시간, 방문비용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피크니크족들을 위해 마련한 소풍꾸러미 상품과 아동들과 청소년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있다.

럽에서 가장 선진화된 농업을 구가하고 있는 네덜란드조차도 최근 들어 ‘다기능 농업’‘이란 용어와 함께 ’6차산업화‘가 한창이다. 농업여건과 필요성 측면에서 ’다각화‘를 외면해온 네덜란드 농업 또한 수익성과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다기능 농업‘의 우수성이 강조되는 현실이다.“저희 농장은 네덜란드 평균 농장보다 작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을 케어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오시는 환자분들은 정신적 지체부자유자, 정신질환자들이 오십니다. 이분들이 이 농장에 와서 농장 일에 조금씩 참여하여 정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 때 요양소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농장 여주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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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돼지테마파크 에듀팜 농가

750두 정도의 돼지를 사육하는 이 농가는 유기농 양돈 비육농가이다. 자돈을 사와서 이곳에서 비육을 하고 있다. 모돈은 20두 정도이고, 모돈 중 일부는 이곳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한 실습용이다. 네덜란드에서 양돈을 전업으로 하는 농가가 평균 50만두를 사육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이다. 그러나 이 농장은 인근 요양원과 협약을 통해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장기환자들을 주중에 돌보는 케어농장(Care Farm)이다. 동물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정신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학설은 이 분야에서 정설이 된 지 오래이다. 환자들이 동물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도록 돼지 이외에도 소와 말, 닭 등을 함께 키우고 있다. 농장수입의 약 60% 정도가 환자케어에서 발생하며, 유기농 양돈을 통한 판매수입이 30%, 식당운영을 통한 수입이 10% 정도로 구성된다. 현재 15-20명 정도의 환자를 간병하고 있다.

늦게 시작했지만 6차산업 측면에서 국내 양돈농가의 창의적 발상과 시도 또한 결코 세계적 추세에 뒤지지 않는다.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돼지테마파크는 경기도에서 실시한 에듀팜사업(Edufarm)을 통해 육성된 농가이다. 돼지박물관과 함께 돼지를 ‘교육자원’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올해 ‘농촌교육농장’ 인증사업에 당당히 선정된 농가이다. 또한 2013년에 ‘돼지보러오면돼지&돼지박물관’이 경기관광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양돈농장이 관광활동의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하는데 기여했다.

양돈산업의 6차산업화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변신을 위해서는 많은 학습과 노력, 시행착오와 투자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가족노동력의 여건, 승계구도, 새로운 학습에 대한 열의,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의미부여,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6차산업화는 자신의 농장과 사회와의 관계를 재창조하는 일이며, 새로운 경영자로 거듭나는 일일 것이다.

(오현석, 한국양돈협회 2014년 신년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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