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농장 사례를 통해 본 한국 교육농장의 과제 |

프랑스 교육농장 사례를 통해 본 한국 교육농장의 과제

2009-04-24 11:48:11, 정윤정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농촌과 교육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의 교육농장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물음은 결코 농업과 교육철학에 관한 서구적 관점의 확장을 의도하는 물음이 아니다. 다시 말해 프랑스가 전통적인 농업강국이고, 유럽 학문의 본고장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물음의 의도는 우리 자신의 문제를 성찰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 농업과 교육의 본질을 꿰뚫기엔 한국의 현상과 일상들이 너무나 단단하고 두껍기 때문이고, 이러한 강인함이 농업과 교육 문제를 함께 풀어내야 할 돌파구를 메워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장자크 루소의 외침을 퀴즈문제 풀이에나 적용할 상식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학원으로, 학원으로만 돌아가고 있다. 농촌은 어떠한가? 생산 중심의 양적 성장 단계를 지난 한국의 농촌은 이제 질적 성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가치, 농촌 및 농촌 자연환경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를 그저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아이들은 맑은 공기 마시면서 자연에서 커야 된다는 농촌의 외침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시골 어른의 훈계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이다.

성급한 결론을 내려 보면, 프랑스의 교육농장을 통해 한국 농업과 교육의 딜레마를 풀어보고자 한다. 프랑스 ‘교육농장(les fermes pédagogiques)’은 농촌을 교육적 가치가 풍부한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농업‧농촌의 자원을 교육적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농장의 발전은 「농업․농촌이 아이들 정신세계의 모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삶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 「자연 및 농업환경을 지배하는 생물학적인 원리와 식량이 생산되는 방식 등 농업․농촌이라는 교육적 도구가 어린이들의 학습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학교교사와 학부모들의 반성」,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참된 교육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농업인들의 바람」이라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농업계와 교육계의 협력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006년 1월 프랑스의 국립목장(Bergerie Nationale)에서 실시했던 5박6일 동안의 교육농장 교사양성과정에서는 현지 학교교사와 교육농장 농장주들이 함께 참여하여 교육농장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육농장 교사양성과정이 학교교사의 직무연수의 한 과정으로 농업인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참여하는 과정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40여 년 동안 교육농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을 보는 듯 했다.  왜냐하면 교육농장 활동은 농업계와 교육계의 협력적 연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농장은 1994년에 500여 개에서 2002년도에는 1,300여 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프랑스 교육농장들은 농업활동에 대한 미래세대와 시민들의 이해 증진을 목표로, 세세한 품질관리규약을 규정하고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공동 홍보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1992년 부처간 위원회(교육부, 사법부, 농업부, 환경부, 국토개발부, 체육청소년부)를 구성하여, 교육농장의 질적인 발전을 위하여 법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교육농장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과 관련된 자료들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농업계와 교육계의 협력적 연대에 기반 한 교육농장 활동이 농가 소득 증대, 농업인으로서의 자긍심 고양, 학교 현장학습의 내실화를 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프랑스의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농업계의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이다. 교육계의 만족을 담보할 수 없는 교육농장 활동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자연생태의 순환과정 등을 주제로 언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지리, 예술창작활동에 이르기까지 학교교육과 연계한 정기적인 교육활동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고 있다. 농업과 관련된 어휘, 동식물의 호흡, 성장조건, 번식과 관련된 생물학적 개념과 원리, 단위 면적당 생산량의 개념, 동물먹이의 양과 무게, 밭의 길이와 넓이, 시간의 개념 등을 농촌과 자연에서 발견되는 소재를 활용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농장에서는 교육활동계획안을 작성하여 학교교사와 사전협의를 함으로써 아동들의 발달수준과 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농장의 사상적 모태는 18세기 자연주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된다. 18세기의 교육사상가 루소는, 가장 효과적인 감각교육은 사물 또는 자연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며, 감각을 일깨우는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농촌이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농업활동은 인간을 자연에 접근시키는 노동이며 가장 인간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있는 어린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사물의 다양한 현상이 어떤 원리에 의해 나타나게 되는지 이해하면서, 여러 사물 상호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탐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주의 깊은 사고를 요구하게 된다. 즉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 동물을 보살피는 일 등과 같은 농업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동식물의 생육원리를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지혜를 얻으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감각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깨달았던 것은 타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아는 것보다 더 명료하고 확실한 개념을 갖게 한다. 농업‧농촌공간은 그 자체로서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게 해주는 훌륭한 교재이자, 아이들의 진정한 학습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공간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의거하여 루소 자신도 ‘에밀’로 하여금 농부처럼 부지런히 노동하면서 철학자처럼 신중하게 사고하도록 지도하였던 것이고, 독일의 교육사상가 슈타이너 박사 역시 ‘아이들은 농촌 자연환경 속에서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40여 년 동안 꾸준히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온 프랑스 교육농장의 발달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지난 몇 년간 정부와 선도 농업인들이 노력한 결과 이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들에 몇 가지 바람을 더해 본다.

2005년 연천 새둥지 마을에서 처음 교육농장 교사양성과정을 운영하고, 그해 12월 27일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 평가회에서 ‘농촌체험활동과 교육과의 연계 방안’이라는 주제로 교육농업농촌의 자원을 ‘교육자원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농업·농촌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교육농장에 대한 농업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농장 교사양성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농업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해를 거듭하면서 초기 화두가 되었던 ‘돈이 되는냐?’의 문제보다 농업활동에 대한 자긍심, 미래 세대의 교육에 동참하는 보람과 기쁨에 가치를 두는 농업인들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농장의 개념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 왔던 농업인들이 교육계의 긍정적 관심과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면서, 학교현장학습의 장으로 교육농장이 적극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농업·농촌의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이 농촌뿐만 아니라 교육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농어촌체험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국회와 관련 부처가 관심을 갖고, 중앙, 광역, 기초단위의 농어촌체험교육 활성화 정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 넘어야 할 산도 아직은 많아 보인다. 농촌체험활동이 먹고, 따고 캐고 잡는 일회적인 체험학습이 아니라 연속성 있는 체계적 학습으로 만들어가는 보다 교육적인 접근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를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기존의 모심기, 두부 만들기 등과 같은 체험활동을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함은 물론, 아이들의 학습 전이효과를 높일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개발 있어서는 ‘볍씨에서 밥알까지’, ’콩에서 두부까지‘와 같은 주제중심통합접근을,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는 아이들의 능동적 참여와 발견을 돕는 활동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처럼 단순 체험을 넘어 교육적으로 접근하는데 가장 주요한 요인은 바로 농업인의 역량이다. 교육계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농업인들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양적·질적 노력이 확대되어야 하고, 학교현장학습이 가능한 교육환경 조성, 안전 문제, 교통비 부담의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현장체험학습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한 교육계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모처럼 나온 현장학습에서 수많은 체험활동을 요구하며 30분, 1시간 단위로 뺑뺑이 체험을 돌 수밖에 없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의 진정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형식적인 현장체험학습에서 탈피하고, 학교 또는 학년 전체가 움직이는 농촌 현장학습의 규모와 형태를 학급단위의 활동으로 전환되길 바란다.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그룹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아이들의 진정한 학습이 가능하려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과부에서 학급단위의 현장체험학습을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는 여전히 행정적 편의를 이유로 대규모 현장학습을 강행하고, 농촌체험학습의 질적 수준의 책임을 농촌 현장에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농업·농촌이 지닌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해 농업계와 교육계가 상호 긴밀한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이러한 통로가 안정적 시장거래의 토대가 되어 다음 세대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자립형 교육농장으로 자리 잡아 가길 바라는 마음이 과욕이거나 공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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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admin2009/04/28 11 // 응답

    정윤정 박사님 화이팅~~
    미래의 목표가 현재의 바람을 순풍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목표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건강도 지키시구요~^^
    김탁순 2009-04-28 04:27:03

  2. admin2011/06/07 11 // 응답

    정말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의 현실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이 보완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이 제시되었지만,
    그 교육과정 역시 그 교육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이루어 질 것인지는 ...
    좋은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규식 2011-06-07 22: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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