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시장 활성화의 과제 |

친환경농산물 시장 활성화의 과제

2009-04-29 11:41:15, 백진주

 

지난 달 이마트 신선식품팀장님과 소비자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마트의 친환경농산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는 이유가 주로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서인데, 농산물의 종류가 다른 매장에 비해서 다양하지 않고, 제품의 신선도가 부족하다는 등 품질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에서는 일부 매장의 경우, 친환경농산물의 판매량이 적다보니 제품회전율이 떨어져서 판매를 활성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대형유통매장에서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의문이 든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이란 단어는 기업들에게 금배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형마트의 자전거진열대에서 ‘친환경 자전거’라는 광고판을 보고는 공산품에서조차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마케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용어가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포장하는 미사여구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왜냐하면 친환경에 대한 높은 인식수준에 비해 실제로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규모와 성장세는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째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인식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내 몸에 익숙한 생활습관들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는 개인차원의 이익추구보다는 사회전체가 이익을 누림으로서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종의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전체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비자 개인에게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 환경보호라는 공공재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는 이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예로 90년대 중반 세제 없이 작동되는 친환경 세탁기가 출시됐을 때 생산업체는 성공을 확신했지만 낮은 판매율에 허덕이다 결국 단종 되고 말았다. 해석해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옷이 잘 세탁되는 것이 중요하지, 환경보호는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친환경이 소비자의 구매동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급자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하고, 친환경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잔류농약이 묻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친환경농산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모양이나 포장상태, 신선도가 뛰어난 일반농산물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고 소비자의 심리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국의 소비자 조사기관인 Medmark Research & Intelligence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있더라도 가격, 편의성, 품질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35%에 이르는 반면, 친환경성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소비자는 겨우 2%에 불과하다. 즉, ‘친환경’이라는 것은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구매동기의 주요요인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플러스알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케팅 전공도서의 첫 페이지에는 소비자의 니즈(needs, 필요)와 원츠(wants, 욕구)를 간파하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니즈가 내게 필요한 어떤 것이라면, 원츠는 내게 필요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즉, 건강한 몸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을 필요로 한다는 게 니즈라면, 직접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원츠이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니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것을 직접 구매로 옮기는 소비자(원츠)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필요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는 니즈보다는 직접적으로 구매를 일으키는 원츠에 집중하여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소비자를 구매를 유발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소비자의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가격을 소비자의 인식수준만큼 충분히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웰빙 트렌드가 주도하는 소비사회에서 친환경 농산물은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농가들에게 높은 소득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데 주장은 주장이고 현실을 다르다.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품질이 좋은 것을, 같은 품질이라면 가격이 싼 것을 찾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사회의 불변의 법칙이 아닌가? 분석가들은 친환경이라는 요소로 품질차별화를 시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가의 추가적인 지불가격범위는 일반농산물 가격의 약 +30% 범위이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를 움직이려면 이 가격범위 내에 들 수 있기 위해서 생산과 공급의 체계를 혁신하고 생산 효율화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충주에 있는 장안농장의 경우처럼 정부의 지원 없이 생산자의 노력만으로 일반농산물과 비슷한 가격대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오고 있는 것을 보면 생산비용의 절감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생산업자들은 무늬만 친환경인 농산물들을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친환경농산물시장의 신뢰도를 스스로 하락시켜왔다. 인증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인증기관과 적당이 하고 심지어는 인증비용의 지원자금과 친환경농자재를 둘러싼 부정행위까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정부의 친환경인증제도와 마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국제기구인 ISO에 등재된 인증기관들이 인증을 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ISO에 등재된 국내 인증기관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고 관련법도 이러한 인증기관들에 대한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증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역량 있는 기관들이 나서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인증이 부실해져서 시장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내 친환경농산물시장의 성장은 친환경에 대한 시민들과 소비자들의 관심과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이루어질 전망이고 최근 친환경시장 트렌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산업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농업은 이러한 시장과 사회의 강력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농업인들은 당장 돈 되는 것을 찾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중장기적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고 나가서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어가는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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