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농업, 정치의 품질 |

총선과 농업, 정치의 품질

100ha 정도의 농지를 운영하면, 농가소득은 어느 정도나 돼야할까?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농업, 농촌에 관한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서유럽의 농업이야기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공동농업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두 나라에 있어, 경영면적 100ha 정도면 일반 농가의 평균 경영면적의 두 배 가까이 된다. 필자가 이러한 규모의 농가들을 접할 때마다 농장주에게 농업소득의 규모를 물어보면,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원화가치로 대략 1억4천만원 정도의 농업소득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의 보유한 경지면적이 평균 50ha 정도인데, 두 마을이 보유한 규모에 해당하는 농지를 경영한 결과가 이정도 소득에 불과하다니 매우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물론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조방적인 방식의 농업경영이다. 경지의 절반 정도에는 밀 등 경종작물을 재배하고, 나머지 절반에는 대략 1ha에 한 마리의 젓소를 키우는 경우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농업소득 가운데 6-7,000만원 정도가 판매수입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급하는 직불금이란다.

어쨌든 이 정도 농업소득이면 학령기 자녀를 둔 4-5인 가족이 품위있는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별 지장이 없다. 공교육 시스템이 잘 돼있어, 학비지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이것이 서유럽 중상층 농가가 농업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유럽의 평균적인 농가의 모습도 이에 견주어 대략적인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얼마전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된 의성의 쌀농가 사례를 보면 이렇다. 벼농사 3ha를 경작하는 이 농가가 지난해 수령한 직불금 총액은 486만원 정도이다. 정부의 직불금(고정 및 변동)에 경상북도와 의성군의 지원금이 더해진 액수이다. 직불금 총액을 12개월로 나누면 대략 40만원 선. 서울로 유학간 대학생 자녀의 한 달 용돈쯤 될 것이다. 두 배로 벼농사(6ha)를 지으면, 두 자녀의 용돈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벼농사 경영수지는 직불금을 제외하면 적자이다. 150평 기준 판매 수입이 38만7천원, 임대료 등 비용이 42만원이니까 오히려 적자다(이 곳에선 150평을 한 마지기로 치나보다). 직불금이 없으면 적자폭은 더욱 확대된다.

산업화 과정이야 달랐지만, 산업화의 결과가 비슷한 수준에 이른 오늘날에도 농업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태도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정치에도 품질의 차이가 있어 그렇지’라고 치부하면 그만인가?

유럽의 정치인들은 사회발전의 중요 시기마다 농업부문에도 전환기적인 정치적 선택을 해왔다. 1960년대의 공동농업정책의 도입, 1990년대의 직불제 도입, 2000년대의 지속가능농업으로의 전환 등…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농업과 농촌부문의 역할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정책으로 실천에 옮겼다. 농민단체들과 직능단체들은 풍부한 담론과 설득력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론과 정치를 중재했다. 그래서 유럽 GDP의 0.5% 정도를 지속가능농업을 위해 쓰는데 이론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농업공약을 발표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농업공약이 발표됐다. 예전에 발표한 공약들은 왜 실천돼지 못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물론 없다.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에 이르기까지 각 당의 공약집에 담긴 공약내용들이 정당활동을 통해 어떻게 추진되는지 알 길이 없다. 어떤 공약은 여당과 야당 모두 공통의 공약인데도 이뤄진 게 없을 정도다.

비례대표에서 농업부문에 대한 배려는 ‘웬만해선 안한다’가 여야의 기조가 된지 오래다. 올해엔 야당인 더민주당에 극적 반전이 있어 예외지만, 야당조차 비례대표에서 농업을 소외해왔다. 그러니 주요 정당에서 우리사회의 변화와 함께 농업, 농촌부문에 어떤 미래가 준비돼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농업과 농촌부문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현상은 무엇보다도 농업계의 책임이 크다. 납세자들을 이해시키고, 정치인들을 설득하는데 논리가 됐든, 콘텐츠가 됐든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임해서는 농업계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집중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농직업에 피해를 주고, 미래비전을 달리하는 정치집단에 대해서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지역정서를 벗어나, 농직업 계층의 이해를 우선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농민들과 미래비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농민들의 표가 잘 조직되고 효과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끝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2016.03.29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 컬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Print Friendly, PDF & Email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