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농교류 우수 사례 ‘아지무 그린투어리즘연구회’ |

일본, 도농교류 우수 사례 '아지무 그린투어리즘연구회'

현재 많은 농촌마을에서 농가민박이나 농촌문화체험 등 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도농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잘 협력하여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도 많지만, 도시민에게 추천하여 함께 갈만한 곳은 손꼽힐 정도이다. 농촌마을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지무 그린투어리즘연구회는 우리와 비슷한 농촌 환경을 가진 일본에서 도농교류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연구회의 운영 매뉴얼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1992년 현에서 주최한 포럼 이후 그리투어리즘연구회가 발족하였다. 전업농가 4명과 현 직원 등 총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 월 1회 학습회를 시작했다. 농가 위주로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참여자도 적고, 동료끼리 험담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끝내 태풍 한 번으로 활동이 중지되고 말았다.

이후 전업농가만으로 진행하는 연구회는 무리가 있어 1996년 「포도의 등불을 꺼서는 안 된다」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주부, 은퇴 교사, 은행원, 스님 등이 참가하여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발족 당시 ‘마음의 세탁’이란 간판을 사용했는데 전년도에 옴진리교사건이 있었던 탓인지 이상한 종교집단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그린투어리즘은 세계 공통의 농업정책이었지만, 일본에서는 기초 자료조차 없었던 시기였다. 아지무에 지적호기심이 왕성한 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어디로 갈지 모를 일본의 그린투어리즘 사업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1996년 3월에 발족 이후 아지무 그린투어리즘연구회 농가민박은 처음 5~6가구로 시작하여 지금은 60가구가 넘게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는 지속가능한 농촌민박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세월 많은 학생과 연수단이 방문하면서 느낀 경험을 민박 가정용 매뉴얼로 정리했다. 민박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공통으로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이 매뉴얼은 농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민박사업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게끔 해준다.

“마을 사업을 할 땐 발목(꼬투리)을 잡지 말고 손을 잡아야 한다.” “서로가 인정하고 격려하며, 절대 욕을 해서는 안 된다. 험담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연구회 매뉴얼에 나오는 말이다. 꽤 많은 분량의 매뉴얼 중 농가민박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농가들이 참고할 만한 것이 많다.

우선 매뉴얼 중 공통 약속사항을 살펴보면 2항에 ‘농박은 부업의 선을 넘으면 안 된다. 농박은 원칙적으로, 농업·농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3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므로 교류가 메인이다’를 표기하고 있다. 5항은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고) 빈방을 사용한다. 모은 돈으로 조금씩 꾸며 나간다’, 6항은 ‘하루에 1팀만 받는다. 1팀을 가족 전체가 대접한다’ 특히 이 부분을 최대 포인트로 강조한다. 기존의 민박과 여관과는 명확하게 차별화하고 있다. 7항은 ‘바쁠 때는 거절한다’. 9항의 내용은 ‘인터넷으로 개인이 선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엽서는 허용한다’ 10항은 ‘요리는 공동으로 준비, 손 살균제와 손 씻는 곳 설치’ 11항은 ‘농박보험 가입’ 12항은 ‘지역전체가 손을 잡고 행하는 한 보 앞선 운동’으로 공통 약속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맨 마지막은 ‘한 번 묵으면 먼 친척, 열 번 묵으면 진짜 친척’을 표어로 마무리하고 있다.

연구회의 매뉴얼은 위 공통 준수사항 외에 방문객 환영이나 체험, 식사에 대한 세부 매뉴얼 뿐만 아니라 자동차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밤에 외출할 때 안전을 위한 반사 어깨띠와 반사등, 플래시 지참에 관한 사항, 초상권을 포함한 개인정보보호 등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도 자세히 기재하고 있다.

매뉴얼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방문객의 안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협력하는 사업, 지속가능성 등을 중시하고 있다. 고령화 등 인구 감소로 농촌은 적막감마저 흐르고 있다. 한적한 농촌마을을 찾은 도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로 인해 얻어지는 소득은 작은 기쁨일 것이고 사람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더 큰 기쁨일 것이다.

연구회는 매뉴얼에 목표도 명시하고 있다. 목표는 아지무 마을을 그린투어리즘의 선진지인 독일 아카렌(Achkarren) 마을처럼 만드는 것이다. 1996년 연구회를 설립한 이후 한 달에 4000엔을 내는 계를 만들어 5년간 적립한 후 갈 수 있는 사람부터 독일 아카렌 마을로 연수를 다녀오고 있다.

1996년 11월 연구회는 아카렌 마을 등 7곳의 마을이 합병한 인구 6500명의 독일 볼츠부르크(Vogtsburg)시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 때 현지 시장과 질의응답한 내용을 연구회는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몇 명 정도의 사람이 그린투어리즘에 관여돼 있습니까?”라고 묻자, 시장은 양손을 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100%입니다” 라고.

독일에서 그린투어리즘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보다는 정착화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함께 갔던 일본여관의 여주인이 “우리와 같은 전문 숙박업자의 상권은 어떻게 보호합니까?”라고 질문하자, 시장은 곧바로 “보호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독일은 농촌에서 농업인이 아닌 일반 숙박업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린투어리즘 없이는 농업·농촌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럽의 그린투어리즘은 여성들의 빈곤 탈출과 지적인 욕구가 만든 결과물이다.

아지무 마을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힘 없이는 그린투어리즘을 생각할 수 없다. 언젠가 대학의 한 교수님은 사무국에서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농박을 한 다음날 아침 “그린투어리즘의 해답은, 여성의 눈이 빛나게 하는 것이네요”라고 혼잣말처럼 말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배운 것은 그 외에도 많다. 독일에서 그린투어리즘을 운영하는 여성농업인 사이에 “침구에 돈을 쓰자”라는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농박을 운영하다 보니 요리에는 만족해도, 잠자리가 불편하면 불만족하게 돌아간다고 한다. 이후 숙박 가격을 1000엔 올리고 “침구에 돈을 쓰십시오” 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불커버와 시트교환, 햇빛에 잘 말린 이불은 물론이고, 가벼운 이부자리도 준비해 주세요. 아지무에 머무는 시간 중 1/3은 자는 시간이니까요.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노력합시다.”

아지무 마을에는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수학여행단이 방문한다. 농가에서 1박 또는 2박을 한 도시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떠난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지금 시대의 가정과 학교, 미디어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전한다. 중고생이 된 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집에 묵게 된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농박을 통해 소박하고, 꾸미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농가 사람들의 인간미를 접한 아이들은, ‘사람은 믿을 수 있다’ 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소중한 만남에 헤어질 때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연구회는 1996년 9월 와인축제 때 처음으로 농박을 실험적으로 시행했다. 첫 손님은 오이타에서 온 젊은 부부와 인근 유후인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부부였다. 농촌의 가정에서는 평범한 생활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된장과 그 된장으로 끊인 된장국, 집에서 담근 장아찌와 앞밭에서 따온 채소로 식사를 대접했다. 그저 평범한 농촌 생활인데 손님들은 감동하고 돌아갔다.

많은 사람이 농촌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시에서 온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러나 막상 손님을 맞이하고 나면 자신감을 갖게 되고 농촌생활이 풍요롭고 윤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농촌의 풍요로운 일상생활을 나누는 것이 원점이고 기본이다. 아지무 농가민박은 숙박업의 전문가인 여관의 노하우를 참고는 해도 따라 하진 않는다. 농박은 농업을 지키기 위해 부업으로 하는 것이다. 바쁠 때는 거절도 할 수 있고, 농박을 위해 집과 방에 돈을 들이지 않는 것이 아지무 방식의 중요한 원칙이자 포인트이다.

1945년 전쟁 이후에도 일본에서는 농가민박 붐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쇠퇴하게 된 원인이 바쁜 농가가 저녁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가급적 저녁 식사를 인근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몇몇 농가가 민박을 하면서 모든 이익을 가져가면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2박이나 3박 프로그램에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나 지역의 식당을 일정에 넣고 있다. 그리고 차가 모자랄 때는 택시 이용을 권한다. 지역농산물도 손님들에게 권한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그린투어리즘이 살길이다.

윤종석 (지역아카데미 국제교류정보센터)

본 내용은 한국농어민신문에 제공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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