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복식농(醫福食農) 연계사업과 농업의 미래 |

일본의 의복식농(醫福食農) 연계사업과 농업의 미래

일본의 의복식농(醫福食農) 연계사업은 후기산업사회에서 농업활동의 외연이 어떻게 확장되고 연계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본 농림성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의료·복지’와 ‘식(음식)·농업’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궁극적으로는 ‘식’과 ‘농’을 근간으로 하는 건강 장수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의복식농’이란 용어는 납세자는 물론 농업인들의 지지도 십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정책용어가 될 것 같다.


의복식농 연계사업은 일본 농림성이 2014년 9월에 도입해 지난해부터 본격화되었지만, 사실은 정책이 도입되기 이전에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민간 활동그룹에 의해 실천되고 있었다. 정책은 단지 현장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의복식농 연계사업을 통해 가공 및 업무용 채소, 유기농산물, 약용작물 등 수요가 늘고 있는 농산물의 국산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여성과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재를 활용하는 농상공 연계와 의복식농 연계 등 6차산업화와 지리적표시제를 통해 농산물 및 식품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일본산 먹거리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일본의 의복식농 연계사업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사회가 초고령화사회로 진행되면서 농식품 소비패턴이 개호식품(간호, 요양식품)과 기능성식품(영양, 한방)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의료비 폭증으로 인한 대안적 치료활동(치유용 농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편, 농업현장에선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하고, 특히 중산간지역의 경우에는 방치된 경작포기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여러 트렌드를 결합해 융복합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의복식농 연계사업이다.


일본 농림성이 최근 발간한 의복식농 연계사례집에 따르면, 의복식농 연계사업은 대략 세 가지 방향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첫째는 약용작물의 국산화 요구에 대응한 산지형성 등의 사례들이다. 중국산 등의 수입대체를 통해 수요가 팽창하고 있는 개호식품 및 기능성식품의 원료를 국산화하고 있다. 둘째는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를 위한 개호식품이나 뛰어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해 생산, 판매하는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 세 번째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장애인 취로지원, 복지목적의 시민농원, 체험농원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휴경지 등을 활용해 직접 농업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에 속한 하마마츠시에는 유니버설농업연구회라는 명칭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보편적 농업’이란 의미의 ‘유니버설농업연구회’는 2004년 하마마츠시에서 개최된 ‘원예복지전국대회’를 계기로 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농업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원예복지 또는 원예치료로 알려진 원예작업을 통해 삶의 보람 만들기, 농업활동을 통한 노인 및 장애인의 사회참여 촉진에 노력하고 있다. 연구회는 2005년부터 1-2개월에 한 번씩 모여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학습을 정례화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농작업 공정의 개선점을 검토하거나 농기계 회사에 장애인들의 재활에 도움을 주고 쉽게 일할 수 있는 농기구 개발에 관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또한 농업법인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유니버설농업연구회에 속한 농업생산법인인 교마루엔(京丸園)은 1994년부터 수경재배를 중심으로 청경채 등 잎채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농작업의 상당부분을 장애인과 노인들을 고용해 해결하고 있다. 파종에서부터 재배, 수확,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농작업의 여러 단계를 세부적으로 공정화해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공정을 단순화하고, 장애 특성에 맞춰 작업공정을 부여하기 위해 트레이너, 재활기능을 가진 작업기계를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농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작업 가능영역을 확대했다.


또 다른 유니버설농업연구회의 회원인 (주)히나리(ひなり)는 IT지업인 이토츄테크노솔루션즈의 자회사로서 2010년부터 장애인을 고용해 농산물수확, 정식 등 농업관련 경작업을 인근 농가들과 연계해 실시하고 있는데, 연계농가와 함께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모회사인 그룹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소비자는 생산자 확인이 가능한 안전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고,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실천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1990년대를 전후에 치유농업(케어팜, Care farm), 사회적농업(Social Farming) 등의 용어가 확산되면서, 농업활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복지 영역과 결합되고 있다. 농업의 전후방 산업은 더 이상 제조업과 유통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관광, 교육, 복지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업과 관계하는 정부부처도 농림부뿐만아니라 관광과 교육, 복지를 다루는 부처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농업활동의 정의는 미래에 어떻게 바뀌고,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세제시스템과 사회보장시스템의 적용 문제 등등… 미래의 농업을 제도적으로 준비하기에는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끝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2016.06.14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 컬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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