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빛나야 6차산업화와 농촌이 활성화된다’ |

‘여성이 빛나야 6차산업화와 농촌이 활성화된다’

지산지소와 6차산업화를 화두로 한 일본의 농업현장 역시 가족농의 재탄생이 새삼스럽다.

고도성장기의 산업사회가 성숙단계를 지나 낮은 성장률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일본의 많은 농가들이 농업경영의 다각화(6차산업화)를 모색해왔고, 이 과정에서 부모의 곁을 떠났던 농가의 아들과 딸들이 며느리와 사위를 데리고 부모와 재결합하면서 농장 경영을 혁신하고 있다. 혁신은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유통,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의 6차산업화 사례가 그렇듯이 일본에서도 6차산업화의 핵심 주체는 역시 가족노동력을 보유한 가족경영체들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이 위치한 시즈오카현[靜岡縣]에서 만난 나구라(名倉)씨의 사례는 그러한 흐름을 잘 드러낸다. 나구라씨는 60대에 접어든 왜소한 체구의 여성 농민이다. 하지만 열정으로 풀어낸, 한 시간에 걸친 그녀의 농업과 여성, 지역사회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은 필자를 감동케 했다. 그녀는 ‘여성이 빛나야 6차산업화도 가능하고 농촌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나구라씨는 부모로부터 오래 전에 멜론 농장을 물려받았다. 여러 부침을 겪은 끝에 현재는 남편과 아들 내외와 함께 8개동으로 이뤄진 500평 규모의 유리 온실에서 멜론을 연중 생산하고 있다. 각 동에서 멜론이 순차적으로 생산돼 연간 약 1만개의 멜론을 수확한다. 남편과 아들은 멜론 생산에 전념하고, 자신은 며느리와 함께 판매와 홍보, 멜론카페를 운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나구라씨는 시장출하가 어려운 2-3등급 품질의 멜론이 제값을 받으려면 가공품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멜론셔벗(sherbet, 샤베트)이었다. 자신과 며느리가 만든 멜론셔벗을 시내의 한 카페에 납품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구라 멜론농장의 이름이 아닌 카페의 명물로만 기억되는 것이 속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착수한 것이 농장 바로 옆에 멜론 카페를 오픈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생산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멜론셔벗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자신이 가진 멜론에 대한 지식을 소비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비자들을 직접 접촉하고 상대하다보니,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재배방식도 친환경농법으로 바꿨다.

아들 내외의 귀농이 먼저인지 나구라 멜론 농장의 6차산업화가 먼저 인지 구분하긴 힘들지만, 지난 20여년 간의 일본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고령화 현상은 이와 같은 가족의 재결합을 가능하게 했고, 6차산업화에 필요한 노동력을 가족 내에서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이러한 결합이 없었다면 6차산업화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멜론 생산에서부터 가공 및 판매,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농가의 6차산업 경영에 필요한 분업구조는 가족 구성원 간에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멜론셔벗 등 가공품 개발과 생산, 카페 운영, 홈페이지 운영 등은 나구라씨와 며느리가 전담하고, 남편과 아들은 멜론 생산과 물류관리에 전념하고 있다. 나구라 멜론농장은 6차산업화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격결정력’을 이미 회복한 데 이어, 이제는 ‘소비자 선택권’까지 행사한다. 즉,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생산자가 자신의 생산물을 소비할 대상을 선택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다.

나구라씨는 멜론 농장이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며느리 농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젊은 여성들이 농업을 좋아하지 않으면, 6차산업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1차 생산에 국한된 농업활동은 여성들에게 별로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6차산업화된 농업은 다르다. 필자는 유럽의 농촌현장에서 만났던 여성농업인들로부터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자주 듣곤 했었다.

나구라씨의 꿈은 이제는 개별 가족경영체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녀는 현재 비영리단체인 NPO법인의 이사장이다. 그가 사는 고장의 농촌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들에게 농업을 알리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젊은 일본 여성들이 농업과 농촌을 동경하고, 이해하며, 다가오고 싶도록 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결국,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며느리 농업이 잘돼야 6차산업화도 잘되고, 농촌지역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소신 때문이다. 가족농 육성과 여성농업인 정책이 중요한 이유이다.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지역아카데미 대표 오현석 2015-10-27)

Print Friendly, PDF & Email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