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EU 공동농업정책의 미래 |

브렉시트와 EU 공동농업정책의 미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성으로 결론이 난 지난달 23일의 국민투표 이후 영국 농업계의 불안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8만호에 달하는 영국 농가들은 소득의 55%를 EU의 공동농업정책(CAP)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국산 수출농산물의 2/3를 EU 회원국을 상대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농민들이 브뤼셀(EU 본부 소재지)로부터 받는 직불금 등 각종 보조금은 한해 평균 34,000유로(약 4,400만원)에 달한다. 그만큼 브렉시트 이슈는 영국 농민들에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영국의 농업계를 대표하는 전국농민연맹(NFU, 잉글랜드 및 웨일즈 전국농민연맹)은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에 ‘EU 탈퇴에 따른 영국 농업의 향후 전망‘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영국 농민들의 소득이 시나리오별로 연평균 17,000유로에서 최대 34,000유로 감소할 것이며 이로 인해 농가의 90%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영국농업은 더 이상 유럽 시장을 현재와 같은 무관세 조건으로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점, 영국은 더 이상 EU의 공동농업정책 예산에 기여하지 않게 됨으로써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직불금과 보조금을 수혜받기 어려울 것이란 점 등이 이와 같은 소득 감소의 주원인이다.


반면 EU를 탈퇴하면 영국농업은 EU의 각종 환경관련 규정과 농약사용 등에 관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나, 영국농업의 최대 시장이 EU인만큼 농업생산 환경관련 규정을 완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국산 농산물 수출의 60-65%가 유럽을 겨냥하고 있고, 영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70%가 유럽산이다. EU를 탈퇴하더라도 EU는 여전히 영국농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영국의 상당수 식품기업들이 예전과 같이 유럽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해 공장을 아일랜드나 덴마크 등 EU 회원국으로 이전할 옮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영연방 국가와 맺은 EU의 무역관계에도 매우 복잡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EU 탈퇴에 대한 영국 농업계의 불안을 잘 알고 있다. 보수당 정부의 농업담당 국무위원은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입장을 펴왔는데, EU를 탈퇴하더라도 영국정부는 농업부문을 위해 EU 공동농업정책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EU 회원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현재와 같은 수준의 농산물 교역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오히려 농업정책 주권을 되찾아옴으로써 농업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4월 영국의 농업전문지 'Farmers Weekly'가 영국 농민 577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농민이 58%, 반대하는 농민은 31%에 불과했다.


한편 EU의 공동농업정책도 영국의 이번 결정으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2014-2020년 7개년 동안 EU는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영국농업에 224억 유로의 예산을 배정해놓은 상태이다. 이외에도 공동농업정책 제2축인 농촌개발프로그램을 통해서도 52억 유로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었다. 유럽공동농업정책의 최대 파트너이자 로비단체인 Copa-Cogeca(유럽농업조직위원회/유럽농업협동조합위원회)는 유럽 농업시장의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영국과 즉각 탈퇴협상을 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공동농업정책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번 2013년 공동농업정책 개혁에서 중소농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 개혁조치를 취했으나, 보다 더 과감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농가들은 EU의 보조금에 생계를 걸고 있지만, 일부 대규모 농가는 보조금 규모가 연간 50만 유로가 넘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공동농업정책이 소규모 농가의 소득안정과 환경보호, 고용안정, 농촌경제의 다각화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중이 줄긴 했으나 공동농업정책은 여전히 EU 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약 40%), 연간 예산규모가 550억 유로로 EU 시민 1인당 100유로(약 13만원)를 부담하는 EU의 최대 공동정책 프로그램이다. 공동농업정책 예산 측면에서 영국은 28개 회원국 중 5번째 수혜국이다.


19세기 말 곡물조례 폐지를 계기로 자국농업을 희생시키고 영연방(해외 농업)에 의존하면서 산업화과정을 일궈온 영국은 1970년대 초 뒤늦게 EU(당시에는 유럽경제공동체, EEC)에 가입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의 공동농업정책을 받아들였으나, 가족농 중심의 농업발전 모델을 추구해온 두 나라와는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인해 늘 대립해왔다. 농업의 GDP 비중이 1% 미만(0.7%)인 영국이 공동농업정책 진영에서 벗어났으니, 향후 어떤 내용으로 독자적인 농업정책을 펴게 될 지 주목된다./끝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2016.07.11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 컬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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