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대한 꿈 |

농촌에 대한 꿈

2008-12-19 15:21:40, 강동규

 

언제부터인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농촌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농민들은 전문적으로 농사일을 하고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받는 농촌, 농민은 아니지만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인근 중소도시로 출퇴근을 하는 농촌,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안식처가 있는 마을로 돌아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농촌, 주말에는 흙을 만지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촌!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며 학습하고, 그런 농촌이 좋아 학부모들이 농촌에 살고 있어 농촌의 학교가 폐교되지 않는 농촌,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망이 구축되어 있고 문화생활과 취미생활이 가능한 농촌, ….. 이러한 농촌을 꿈꾼다.
하지만 우리의 농촌현실은 나의 이런 꿈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교육과 컨설팅을 하면서 전국 각지의 여러 농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마을은 최연소자가 65세 이고, 어느 마을에서는 사무직원이 인근 도시에 살며 농촌으로 출퇴근하고 있고, 많은 마을에서 폐교로 인해 아이들 학교 보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쉽게 찾아갈 보건소도 가까이에 없다. 그래서 현재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첫째는 교육문제, 둘째는 의료문제를 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농촌에 살고 있는 농민에게 불편할 뿐만 아니라 농촌으로 귀향하려고 하는 도시민들에게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대한 나의 꿈은 조금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농촌에 대한 나의 꿈은 독일의 농촌을 10년 이상 접하며 키워진 것 같다. 독일 유학시절 살았던 괴팅엔(Göttingen)이라는 도시는 인구 13만 명의 도시지만, 녹지율은 50%를 넘는 곳으로 쾌적하며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도시인구 13만 명 중에 대학생 수가 3만이고 대학과 관련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약 2만 명이다. 결국 도시 거주자 3명 중 한 명이 대학과 관련이 있다. 이런 도시를 독일에서는 ‘대학도시’라 부르는데, 대학도시들의 특징은 대기오염에 영향을 많이 주는 공장시설이 거의 없고 굴뚝이 없는 첨단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괴팅엔은 도시지만 도시답지 않게 쾌적한 곳이라 하겠다.
이러한 훌륭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괴팅엔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1시간 이내의 주변 마을에 살며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괴팅엔은 도시이고 답답하며 공기도 안 좋기 때문에 인근 농촌마을에 사는 것이 오히려 쾌적하다는 주장이다. 당시 서울에서 살다가 괴팅엔에 살던 나에게는 괴팅엔 공기도 좋았고, 한적한 지방 읍처럼 느껴졌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말할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공부하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농촌마을과 농가들을 방문했였다. 외적으로 볼 때 이들이 사는 집들의 특징은 거의 모든 집들이 정원을 가지고 있고, 담장이 없으며 간단한 울타리만 있어 이웃들에 딸린 정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가 화려하지 않으며 주변경관과 어울리는 색채와 디자인으로 건축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면 대개 지하실과 1층, 2층 그리고 다락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밖에서 볼 때는 집이 크지 않게 보여도 안에는 구석구석 공간이 많고 공간활용을 잘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들의 일상생활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먼저 마을에서 몇 명 안되는 농부들은 아침에 가축을 돌보고 농기계를 이끌고 들로 나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온다. 반면에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인근 중소도시 일터로 출근한 뒤 저녁에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직업과 삶의 방식은 이렇게 달라도 주말이 되면 함께 어울려 행사를 하고 문화생활과 취미생활을 즐긴다. 그리고 마을에서 여전히 부족한 문화욕구 등은 인근도시로 나가서 충족한다. 괴팅엔 시립교향악단이나 연극, 스포츠클럽, 음악클럽 등의 취미활동 그룹들 중에 대개 한 두 개 정도 참여하고 있다. 농촌에 살면서 약간 불편한 것은 의료시설과 학교인데 이것은 차를 타고 조금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응이 되면 문제가 안 된다. 이렇게 여유로우면서도 알찬 삶을 살아가는 농촌마을 사람들에게 13만의 도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마을관련 일을 할 때 세심하게 모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진행하였고, 이로 인해 의견이 달라 대립하고 갈등하더라도 일단 결정이 되고 나면 함께 밀고나가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관습은 오랜 기간의 민주주의의 경험과 , 주민간의 연대와 협력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농촌의 쾌적하고 넉넉한 삶, 농촌에 살면서도 도시 못지않게 삶의 질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삶, 그리고 주민들의 연대와 협력의 전통을 체험하고 나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왜 자기 마을과 지역을 좋아하며 도시로 가지 않고 대대로 그 지역에 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촌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러 정책사업들을 세우고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 전통테마마을사업, 어촌체험마을사업, 문화역사마을사업,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산촌생태마을사업, 신활력사업, 살기좋은지역만들기사업, 도시민유치사업 등이 대표적인 정책사업들이다.

이러한 정책사업들이 잘 수행되는데 무엇보다 사람(인적요소)의 중요성을 알고 현재는 인적자원의 역량강화(소프트웨어)를 위한 자금집행을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고, 마을규약이 만들어지고, 의사결정 방법도 교육을 통해 개선되고, 사무장을 고용해서 관리운영도 나아지고, 사업비 집행이나 경영도 조금씩 체계화되고 있다. 홍보와 마케팅도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는 한편, 건축과 조경 등 많은 분야에서 농촌을 고려한 전문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농촌개발·농촌관광 분야에서 일을 하며 무거운 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적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주민들 간의 신뢰와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산업분야에서는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는 생산자나 생산자 단체들이 마케팅과 시장교섭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공동마케팅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은 브랜드파워 구축을 위해 품질을 관리하고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생산자들 간의 신뢰와 협력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 농산물 브랜드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에 농촌관광은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역사가 짧은 탓인지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원간의 협력이 촉진되고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소비시장 구축이 가능해지고 지역차원의 범위의 경제가 이루어진다고 인식을 하고 있어도, 현재의 입지조건이나 기득권을 조정하며 네트워크 조직을 만드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신뢰와 협력이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둘째는 도시에 거주하며 농촌으로 출퇴근하는 도시민이 많은 것도 중요한 문제점이다. 유럽에서는 농촌에 거주하며 도시로 출퇴근 하는 농촌주민이 많지만, 우리는 도시에 살며 농촌으로 출퇴근하는 도시민이 많다. 이로 인해 농촌에 사람이 적고, 인적자원 고갈, 교육 및 복지시설의 후퇴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농촌마을에서 농민들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소수의 농민들이 규모화되고 전문화된 농업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농민이 아닌 농촌주민은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것이고 그래야 농촌이 유지되며 건강할 것이다. 이제 농촌에 새로운 형태의 주민구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농촌지역 주민구성이 이루어 질 때 우리나라처럼 좁은 나라에서 전국이 균형있게 발전이 되며 인구분산도 이루어지고 농촌의 가치는 더욱 증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한편으로는 책장을 넘기며, 한편으로 현장으로 달려간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책사업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형태의 주민구성이 이루어지고, 또 주민간에 신뢰와 협력이 증대되어 우리의 농촌도 쾌적하고 여류로운 농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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