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 가족농에게 맡기자 |

농촌관광, 가족농에게 맡기자

가을이다. 파아란 하늘과 황금빛 논두렁,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지는 축제들과 풍성한 먹거리들… 농촌이 관광이란 이름으로 전 국민을 유혹하는 시기이다.

농촌관광(소위 서비스농업)이 오늘날처럼 농촌지역에 유력한 대안시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저성장- 고실업’이 만성화한 1980년대에 서유럽에선 농촌인구의 역전 현상(농촌르네상스)과 함께 공동농업정책이 후퇴하면서 농가의 경영다각화 차원에서 농촌관광 활동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농촌관광 활동이 농가의 소가공 활동을 촉진시키고, 다양한 이름을 갖는 근거리유통망(직판, 직거래, 로컬푸드, 꾸러미…)을 발전시켜 농촌의 풀뿌리 경제망을 재구성할 것이란 기대가 현실화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를 이루는 알자스지역에는 유럽 28개국의 대표적 농촌관광 민간조직을 회원으로 둔 유로지트(Eurogîtes)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로지트에 따르면 회원단체들이 보유한 농촌관광 침상수는 360만개에 달하며, 이들 시설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 규모는 1천억 유로(약 135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관광시장(숙박시장)에서 농촌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숙박일수 기준)에 달할 정도로 농촌관광 활성화는 농촌경제는 물론 농촌인구의 구조와 기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산물 생산액과 농촌관광 매출액이 엇비슷해지는 국면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농촌관광은 농촌의 전통주택을 보전하기 위한 ‘운동’ 차원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국민연금 수령계층(은퇴농 및 은퇴주민)을 중심으로 거주주택을 개보수해 B&B(잠자리와 조식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 들어서면 많은 현업 농가들이 정부의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이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자 경영다각화에 나서는데, 이때 농촌관광 활동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대중관광 패러다임도 농촌관광에 유리하게 전개된다. 휴가 및 여가시간의 확대와 함께 대중관광은 블루투어(Blue tourism, 여름철 바닷가 등 수변공간에서의 바캉스)에서 화이트투어(White tourism, 겨울철 산악지역에서의 스키관광)로 확장한데 이어, 다시 그린투어(Green tourism)로 시공간의 외연을 넓힌다.

농촌관광의 핵심주체도 은퇴자에서 가족노동력을 보유한 중소 가족농으로 바뀌고, 서비스 내용도 B&B에서 체험, 교육, 레저, 스포츠, 치유 등 서비스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소비자층도 저소득층에서 점차 학령층 자녀를 둔 중산층으로 전환되면서 품질관리가 중요해지고, 일반 관광과의 차별화를 위한 공동브랜드 조직이 발전하면서 전국단위 조직으로 성장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농촌관광 활동의 양적, 질적 발전을 뒷받침했다. 농가의 농촌관광 서비스 생산활동을 농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농업활동’으로 정의하는 한편, 농촌관광과 관련된 세제 및 사회보장 관련 조항들을 정비했다. 자가생산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활동도 법적으로 ‘농업활동’으로 인정했다. 식품위생, 안전 등 접객활동을 규제하는 각종 법적 규정들이 농가의 경영다각화 활동(6차산업 활동)을 구속하지 않도록 농가 실정에 맞게 개선됐다.

유럽에 이처럼 거대한 농촌관광시장이 형성된 배경에는 4-5인 가족의 가족농이 있다. 우리처럼 노부부 2인으로 형해화된 가족농이 아니라, 지난날 강력한 농업보호정책을 통해 건강함을 잃지 않은, 말 그대로 ‘가족’을 유지, 발전시켜온 가족농이 농촌의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족농의 아버지 세대들은 여전히 농업생산(1차)에 전념하고, 어머니 세대들은 숙박이나 농가맛집 등을 운영한다(3차). 아들이나 딸들은 가끔은 며느리나 사위와 함께 포도주나 치즈 등 농가브랜드를 내세운 가공활동을 하거나, 농가마켓, 교육농장, 승마학교, 치유농장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 자녀세대들은 또한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근거리유통망(직판, 꾸러미, 로컬푸드…)을 조직하기도 한다. 가족농들은 다양한 형태의 법인형태를 취하면서, 자연스런 농업경영 승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스스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기자본과 가족노동력을 동원해 이뤄내야하는 것이 농촌관광 등 농촌의 6차산업화이다. 책임있는 사업주체가 분명한 6차산업화를 위해 가족노동력을 보유한 개별농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지역아카데미 대표 오현석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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