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의 성공확률 |

농촌관광의 성공확률

2009-05-08 08:46:24, 허경민

  주사위를 던져 홀짝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자. 주사위를 한 번 던져 홀이나 짝이 나올 확률은 반반이다. 만약 홀이 연속해서 다섯 번 나왔다면 여섯 번째 주사위에서 짝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얼핏 생각하면 짝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을 ‘도박사의 오류’라 하고, 통계학에서는 ‘베르누이 시행(Bernoulli’s trials)’이라고 한다.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이 서로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논리적 오류이다. 주사위에서 다섯 번이나 홀이 나왔더라도 던진 주사위가 홀이나 짝이 나올 확률은 언제나 50%이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전번에 홀이 나왔는지 짝이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만이 과거를 기억할 뿐이다.

그렇다면 농촌관광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할 확률은 얼마일까? 대략 난감이다. 실제로 농촌관광을 준비하는 농업인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는 곤란하기 짝이 없다. 어느 마을에서 강의할 때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이렇게 대답했었다. “전국에 농촌관광마을을 적게 잡아 500개라고 한다면, 시군에서 보통 하나 정도는 대표적인 농촌관광마을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 적어도 100개는 될 겁니다. 그러면 약 20%는 성공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농촌관광마을의 성공 기준이 모호하다. 아마도 ‘돈 많이 버는 마을’을 성공의 척도로 가늠한 대답일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에서 소득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농촌관광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정확한 말도 아니다. 공동체의 유지, 전통문화의 계승, 일자리 창출, 생태계의 보존 등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무시한 채 오직 ‘경제적 이익’만을 성공 기준으로 삼는 것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시군별 대표 마을이 성공한 마을이라는 보장이 없다. 시군별로 대표한다는 마을을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선진지견학차 마을을 방문하면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방문객 수나 소득지표를 부풀리는 마을도 있고, 소득이 일부 주민에게 집중되기도 하며, 심각한 갈등으로 마을이 분열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견학을 가겠지만 말이다.

셋째, 농촌관광사업의 성공을 확률로 따지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만약 전국의 농촌관광마을을 대상으로 일정 소득 이상을 향상시킨 마을을 성공의 기준으로 한다면, 몇 %가 성공했는지 통계치를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통계를 바탕으로 자기 마을의 성공확률을 따지는 것은 앞서 언급한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더구나 출발이 다른 마을을 어느 시점에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것도 어불성설일뿐더러, 수학과 달리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과거의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의 성공확률을 예측하는 것은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다시 농촌관광의 성공확률에 대해 물어온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농촌관광사업이 성공하려면 이 사업이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인지를 우선 따져봐야 합니다. 주민들이 어떠한 요구를 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죠. 농촌관광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모아야 하고, 그 속에서 사업의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정했다면 그것을 위해 누가(조직) 무엇을 가지고(자원) 누구를 대상으로(타켓) 어디에서(하드웨어) 어떻게(프로그램) 할 것인지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와 같은 전문가그룹이 함께 하겠습니다. 연차별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실행한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변수는 많습니다. 그러면 목표연도를 조금 늦출 수도 있습니다. 그 후에 성공여부를 따져보아도 늦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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