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장 마니아가 된 교육생으로부터 |

• 이 글은 농진청 홈페이지 '키다리 아저씨들의 한마디'란 게시판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제목 :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글쓴이 : 이상훈

 

살다보면 우연한 사건이 역사가 되기도 한다.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인연이 백년을 이어가기도 하고…. 

순간의 선택이 큰 명예와 부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번 교육이 그렇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작은 배움만을 기대했는데 교육을 받고 돌아서는 느낌이 월척을 낚았다는 기분이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보는 사람에 따라 농진청에서 하는 다른 교육과 큰 차이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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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육은 농진청이 주관하고 <지역아카데미 교육농장센터>라는

다소 생뚱맞고 어떤 회사인지 잘 알 수 없는 회사가 컨설팅을 맡아 진행한 교육이다.

교육 주제도 나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농촌교육농장 교사양성 과정>…..
농사를 짓는 농부가 체험 보다 교육적 의미가 더 깊은 농장을 운영한다는 것일텐데….
그런 곳에서 활동하는 분을 교사라 하다니….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첫 인상부터 모든 것이 조화롭지 않았다.
우리 지역에 교육 농장이 여럿 있고, 그중에는 가까운 분도 있어  여러차례 놀러간 탓에
교육농장이란 단어가 익숙한 것 말고는
교육을 받기전엔 모든 것이 생소했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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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붙어있는 종이 쪼가리(?)도 나를 더 헷갈리게 했다.  선생님이 된다고….. 나는  선생님까지는 되고 싶지 않는데…..ㅠㅠㅠ

내가 이 교육을 신청한 것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
전통주학교를 만들면서 체계적인 교안을 만들고 싶었고…
교육농장의 프로그램 개발에서 상상력을 곁눈질 하고 싶었을 뿐이다.
언제나 선생님이 되는 것은 로망이었지만 이제와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되라니…..
처음엔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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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눈이 따뜻하게 된 것은 사진에 찍힌 안내문 탓이었다.

종이컵 대신에 각자의 항균컵을 교육내내 쓰라고….멋진 생각이다.

아니 이런 모습은 어느 교육에서도 없었다.선생님이 되라 하더니….. 좀 신선한 면도 있구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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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따뜻한 시선은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신뢰로 변해갔고….

이들의 열정에 함께 동승해가는 변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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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내내 근저에서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교육농장이란 교육의 장이고…. 여기서 아동과 함께하는사람은 선생님이며…. 선생님은 장삿꾼이 아닌 교육자가 되어야 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한다는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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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동안 수없이 받은 여느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교육은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정보를 주고 우리의 머리를 키우는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다.
머리만이 아닌 가슴을 키우고 정보가 아닌 철학을 논하는 교육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인문학 강의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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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 내 속에는 저항감이나 두터운 벽이 사라졌다.
그리고 돈이 되는 공부가 아닌 아이들에 대한 철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귀중한 기회이며 경험인가…..
절호의 기회를 만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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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문제의식은 아이들의 발달심리에 이르러 그 극점에 이르렀다.
내 아이를 키우면서 알지 못해 잘못했던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만일 내가 교육농장 선생님이라면 나는 어떻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 포인트는 무엇인지 깊은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동의 인지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어떤 과제를 수행하면 되겠다거나….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얘기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선생님이 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면서 나는 새로운 지적 충격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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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며 이런 관점을 가지고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의 교육에선 감히 생각해 볼 수 없는 주제와 내용으로 토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제까지 우리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반성이라도 하듯
우리는 아주 생소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돈을 버는 얘기도 아니고…..
지식을 쌓는 정보도 아닌…..
삶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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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그토록 많이 받았던 교육에서와 달리 교육농장을 하겠다는 분들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그리고 이해가 되었다.
교육에 참여한 분들의 연령층이 낮고….
지적 수준도 높은 것이……
거기에 갓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가 하는 체험농장을 교육농장으로 발전시켜 보겠다는
당찬 젊은이들도 많았다.
교육농장이란 형식이 내용과 수준을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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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새로운 농촌의 역사를 쓰는 집단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농촌은 도시를 향해 확성기를 틀어놓고 우리를 변호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를들어 시골의 전답은 홍수조절기능이 있고 지하수를 지키는 역할을 하며,
대지를 정화하고 토양유출을 막으며 물을 맑게 해주는 기능이 있고….
세계가 식량을 안보화 하는 시대에 국가를 지키는 의미가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등 온갖 역할을 하고 있으니….
도시인이여!!! 당신들은 농촌을 위해 얼마정도를 지출해야 한다…..느니

아니면 공산품과 농산품의 가격결정 과정과 차이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국민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성토에 이르기까지….

이런 성토는 세계가 인정하는 팩트이며 정의다. 그럼에도 도시인들과 정부는 이 속에 담긴 의미를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농촌의 당연한 요구는 아이의 울부짓음, 젖을 갈구하는 소리로 들렸다.

그게 얼마나 비참한 것임을 아는가? 정의를 우는 애기의 울음으로 치환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초라하게 했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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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교육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아니 교육과 함께 변해갔다. 우리의 비참함을 확대하기 보다 도리어 선생님이 되어 도시사람을… 도시의 어린아이를…. 우리의 미래를….. 열어젓히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이들의 얘기속에는 비참함도 없고…. 구질구질함도 전혀 없다. 오직 스승이 되겠다는 큰 뜻이 있을 뿐이니…… 이것은 새로운 농촌이 탄생함을 느끼게 하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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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도 같은 고민이었다.

수도권의 한 체험농장 사장님은 하루에도 수백명씩 밀려드는 체험하겠다는 아이들 탓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분도 고민하고 있었다.
돈을 지금처럼 버는 체험농장을 할꺼냐?
아니면 돈은 덜 되겠지만 성취감이 더 큰 교육농장을 도전해보느냐?
이미 내 주변엔 자격증은 없어도 선생님이 된 분들로 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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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높은 뜻과 보람을 얘기하며 설득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시골에서 힘들게 일하며 사는 분들에게 숭고한(?) 스승이 되라고 하는 설득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나는 보았다.
사람이 아름답게 변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 속에 나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농촌에 살면서 농업을 통해 몸으로 배운 지식과 정보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마인드맵 작성법을 배웠다. 이것은 교육활동매뉴얼과 교육활동계획안(교안)을 만드는 가장 쉬우면서 포괄적인 접근법이다.
그리고 내가 이번 교육에 참여한 가장 일차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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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매뉴얼과 교안은 그동안 전통주 교육을 하면서 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침 이런 교육이 있다 하여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니…..
나의 관심사는 이번 교육과정에서 아주 한정된 분야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나같은 사람도 변하고 있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교재와 달리 교안은 교육계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처음 내 관점에서 보면 이건 기술적 문제에 불과했다.
그런데 교육을 받으면서 스킬이었던 교안만들기가 새로운 관점으로 무장되어갔다.그 가운데에 '주제중심 통합접근'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대부분 어른이 대상인 전통주학교에서는 교육의 특성상 '활동중심'이라는 단어는
당연한 것이어서 제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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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은 알게 되었다.
교안을 만들기 위해 마인드 맵을 만든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걸 통해 한가지 주제의 외연을 넓혀가며  통합접근을 하는 과제를 추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는 대부분 성인이 대상이므로….교안은 단순히 실습을 하는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조상의 숨결과 뜨거운 피를
느끼게 하는 문제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가지도 놓치지않고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을 온몸으로 느끼게 할 교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솔직이 내 가슴은 벅차올랐다.

주제중심 통합접근을 하려면 정말이지 사전 준비가 충실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매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전통주 전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넓혀야 하니……
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웃고 있었다.
교육이 끝난 뒤 내일 당장 오늘의 이 교육을 다 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능성과 길을 보았다고…..
아니 그동안의 강의안에 대해 더 세밀하고 포괄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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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오늘 이 장문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쓴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나에 대한 다짐의 글이고….
농촌의 새로운 시도가 세상을 향해 커다란 상상력을 펼치고 있음을 알리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음을 증거하는 기록이다…….

강사는 우리를 향해….
"준비됐나요???"
그러면 우리는…."준비됐어요!!!"를 외쳤다.
그것은 세상을 품는 꿈을 가득 채우는 새로운 농부들의 즐거운 함성이었다.

돈을 덜 벌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는 기쁨에 잠겼던 그 시간의 추억을 나는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나를 알고 너를 알면 우리는 친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된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게시글 원문 보기 : http://coranknife.blog.me/6013438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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